대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버스 휠체어 리프트' 승소 장애인 "고무적이지만 아쉽다"(2025.2.21.)

  • 작성자
  • 작성일 25.02.21 09:14
첨부파일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시외·고속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리프트)를 갖추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며 운수사·지자체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7년여 만에 일부 승소한 광주 지역 장애인단체가 "고무적인 판결이지만 지자체는 면피한 결과"라고 평했다.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공익 변호사를 위한 변호사모임 '동행'은 20일 광주 동구 광주법원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로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되지 고속버스와 승·하차 편의 제공 없는 승강장은 차별이고,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인 의무가 있음이 확인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피고인 운수사 금호고속(현 금호익스프레스)은 지난 7년 동안 아무런 입증 자료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그저 돈이 많이 든다는 변명만 늘어놨다. 광주시는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으니 각하해 달라는 주장 만을 반복해왔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금호익스프레스는 매년 신차를 도입하기 위해 전체 버스의 10%가량을 새로운 버스로 바꾼다. 그렇게 신차로 도입하는 버스 중 일부에 휠체어 리프트를 도입해 나가면 된다. 휠체어 리프트를 도입하는 비용은 연간 2억5000만원 수준에 불과하고, 개조 예산으로 따지면 부담은 더욱 줄어든다"며 거듭 주장했다.

특히 단체들은 이날 판결에서 청구가 기각된 광주시를 향해 날을 세웠다.

이들은 "광주시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따른 지방교통약자이동편의계획에 시외버스 관련 계획을 세우고 재정 예산을 반영할 의무가 있는 교통행정기관이다. 시는 '인권'을 도시 브랜딩 수단으로만 이용하지 말고, 교통행정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면서 "이번 판결에 따른 예산을 적극 지원하라"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에 원고로 참여한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배영준 활동가는 "장애인도 시외버스를 타고 고향에 가서 효도하고 문화·여가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해달라는 염원으로 시작한 소송이었다. 7년이 지났지만 장애인들의 인간 다운 삶은 여전히 어렵다. 그저 장애인도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대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라며 열변을 토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이 시외버스를 타는데 사흘 전부터 예매를 하라고 하고 장애인 증명서와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한다. 어느 시민이 어디를 언제 갈 지 알고 사흘 전부터 버스 승차권을 예매하고 신분증을 보여주느냐"면서 "다른 교통 정책 현안들처럼 지자체 단체장이 의지만 있으면 누구든 만나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송을 맡았던 '동행'의 이소아 변호사는 "서울에서 먼저 열린 재판과 달리 지역에서 시외버스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이번 소송은 의미가 다르다. 서울을 향해가는 시외 이동에 비해 비수도권 지방에서 다른 지방으로 향하는 이동권은 아직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고무적인 판결이긴 하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금호익스프레스에 대한 판결은 고무적이지만, 시는 소송에 불성실하게 임했다. 시에 대한 기각 판결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원고의 의견에 따라 추후 법적 대응 등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광주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나경 부장판사)는장애인 5명이 국가·광주시·금호익스프레스를 상대로 낸 차별 구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금호익스프레스는 2026년 12월31일까지 신규 도입 버스(시외 우등·고속·우등직행·우등일반·시외일반)의 5%에 대해 장애인 휠체어 탑승 설비를 설치하라. 이후 15년에 걸쳐 운수사인 금호익스프레스에 단계적으로 휠체어 탑승 설비를 갖춘 신규 버스를 도입, 오는 2040년까지는 신규 도입 버스의 100%에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해 장애인에게 제공하라"고 주문했다.

다만 장애인들의 대한민국과 광주시에 대한 청구와 금호익스프레스에 대한 일부 청구는 기각했다.        

광주 지역에서 유의미한 장애인이동권 보장 소송으로 꼽혔던 이번 재판은 2017년 12월부터 시작됐으나, 서울에서 별개로 진행 중인 차별 구제 소송에 대한 대법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심리가 연기됐다. 대법의 파기환송 판결 이후 2023년부터 재개돼 이날 선고로 7년2개월여 만에 1심이 끝났다.

아직 금호익스프레스 측 입장은 나오지 않았으나, 장애인단체가 지자체에 대한 추가 대응을 시사한 만큼 법적 다툼 여지는 남아있다. 1심 재판에서 설치 비용과 수익분 감소, 장애인 이동 수요 등을 놓고 양측이 펼친 치열한 법적 공방이 항소심 재판에서 재현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