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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아무도 묻지 않았던 삶, 이제야 말하기 시작한 소수장애인들(202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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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5.07.2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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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훈의 말말복지] 소수장애인의 복지, 왜 그들의 목소리 듣지 못했나
# “처음 들려온 삶의 무게”

우리는 지금까지 이들의 삶에 충분히 귀 기울여 왔는가?

그 질문은 최근 심장장애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첫 초점집단면접(FGI)에서 뼈아프게 우리에게 돌아왔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처음으로 진행되고 있는 「소수장애인의 복지욕구 및 실태에 관한 연구」는 우리가 너무도 오랫동안 놓쳐왔던 목소리를 다시 세상에 꺼내는 과정이다.

심장장애인들은 말한다. “그냥 아픈 게 아니라, 숨을 쉬는 매 순간이 불편하다”고. “보이지 않는 장애”라는 이유로 사회적 지원과 공공 서비스, 관심과 공감 모두에서 배제되어 왔다. 그들의 말 한 마디, 표정 하나하나에 담긴 삶의 무게는, 지금껏 우리가 장애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포괄하지 못한 ‘틈’과 ‘그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 “작다는 이유로 지워진 존재”

우리는 왜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가. 어쩌면 듣지 않으려 했던 것 아닐까. “비율이 낮아서”, “대상이 적어서”, “자료가 없어서”라는 

이유로 그들을 우선순위 밖에 두는 것이 당연했던 듯이 굴었다. 

그 결과, 제주도에만 896명(2023년 말 기준)이나 되는 소수장애유형 등록자 중 60% 이상이 

‘심하지 않은 장애’로 분류되며 실질적인 지원과 혜택에서 멀어져 있다.

# “이제는 수가 아니라 삶으로 답해야 할 때”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할 때다. “얼마나 많으냐”가 아니라, “얼마나 절실한가”를 기준으로 복지의 방향을 세워야 한다. 

단 1명의 생애를 국가와 지역이 존중하는 것이 곧 복지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그들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고, 함께 마주앉아야 한다.

# “듣고, 기록하고, 연결하는 지역 복지관의 역할”

이번 연구는 단순한 실태 파악이 아니다. 당사자의 ‘삶’을 중심에 둔 연구, 당사자가 말하고 우리는 듣는 자리, 바로 그것이 이 연구의 핵심이다. 

연구를 주관한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고현수 관장)은 연구의 기획부터 참여자 모집, 자문단 구성까지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지역 복지관이 단순한 서비스 전달기관이 아닌, 지역의 소외된 삶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사회적 기획자’로서 기능해야 함을 다시금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또한 이 연구는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강지언 회장)의 공익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숫자와 통계의 논리를 넘어,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겠다’는 사회적 책임의 실천은 그 자체로도 가치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를 맡고 있는 제주국제대학교 상담복지학과 고보선 교수의 학문적 진정성과, 

실무적 실행을 조율하는 복지in연구소의 노력이 더해져 비로소 이 연구는 단단한 생명력을 얻고 있다.

# “행정이 응답해야 할 시간은 지금”

앞으로 남은 다섯 개의 소수장애유형에 대한 연구가 이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모르는 이야기’를 듣게 될까. 

그 이야기들이 우리의 정책, 제도,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제주도가 이제는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무관심은 단순한 행정적 판단의 결과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의지의 문제다.

소수장애인의 삶을 지역 복지정책의 주변부가 아닌 중심에 둘 수 있는가.

더 이상은 연구와 숫자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정책은 그들의 목소리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

행정은 이들의 삶을 ‘정책의 전면’으로 이끌어낼 책임이 있다.

# “지금, 우리가 가야 할 길”

소수의 자리에 머물러 있던 이들의 삶의 모습을 사회의 중심으로 가져오는 것.

그 삶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성찰하고, 그 목소리에 응답하는 것.

출처 : 헤드라인제주(http://www.headlineje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