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첫 장애인 편의점…미닫이 냉장과와 알림벨 ‘휠체어도 만족’(20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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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25.01.0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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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 이렇게 나날이 출근하는 일터가 있어 행복합니다.”
지난 3일 부산 강서구 미음동의 부산글로벌테크비즈건물 1층 한쪽 공간에 있는 시유(CU) 편의점에서 일하는 직원 이아무개씨가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대 중반에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했던 그는 어머니 권유로 2021년 부산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직접재활지원사업 훈련생으로 입소해 여러 일터에서 경험을 쌓다 지난달부터 이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
20평(66㎡) 정도의 편의점은 유리창 등 가림막이 없는 열린 공간에 상품진열대가 들어서 있다. 휠체어가 넉넉하게 상품진열대를 돌아다닐 수 있도록 통로 너비도 1~1.5m 정도다. 장애인이나 어린이 등이 쉽게 물건을 집을 수 있도록 상품진열대 높이도 1.2m(기존 1.6~1.8m)로 낮췄다. 음료 냉장고 문은 여닫이가 아니라 휠체어를 고려해 미닫이로 설치됐다. 편의점 곳곳에는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알림 벨도 눈에 띄었다.
이씨는 “돈과 물품 등이 눈앞에서 거래되는 상황에 긴장과 책임이 앞서지만, 고객에게 친절히 대하며 물품을 진열하고 계산업무도 정확하게 해 나가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는 설렘,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에 기쁨이 있다. 일하고 받을 급여를 생각하면 뿌듯해진다”고 웃었다.
이씨의 일터인 이곳은 지난달 17일 부산에서 처음 문을 연 장애인 편의점이다. 제주도와 강원도에 이어 전국 세 번째로, 유니버설 디자인(보편적 설계)이 적용됐다. 중증장애인 노동자 3명이 평일 하루 평균 4시간씩 교대로 근무하며 입고 상품 운반, 진열, 계산, 소비 기간 확인, 매장 청결 유지 등 일을 한다.
한 직원 가족은 “아이가 어려운 매점 포스기(카드단말기) 사용법을 배우는 등 일할 의지를 보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감동”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편의점은 공공기관과 민간업체가 협력해 중증장애인에 적합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특화 일자리 사업으로 나왔다. 중증장애인 바리스타가 일하는 카페 ‘아이갓에브리싱’(I got everything)에 이어 장애인 일자리를 위한 두 번째 사업 모델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 비지에프(BGF)리테일은 지난해 3월 업무협약을 맺어 장애인 편의점에 초도 물품 구매비 지원, 편의점 가맹비 면제, 장애인 노동자 직무훈련, 수익 배분 우대 등을 지원했다.
장애인 편의점 쪽은 올 상반기에 운영에 필요한 사업지침 개발과 적정성 평가를 거쳐 본 사업으로 전환하고 추가 참여 기관을 모집할 계획이다. 부산 장애인 편의점 위탁 운영을 맡은 부산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오효미 원장은 “문을 연 지 얼마 안 됐지만 직원들의 성취감, 자존감이 많이 생겼다. 8일에는 부산의 장애인 시설에 있는 장애인 10명이 이곳에서 직업 체험을 진행한다. 업체와 연구시설 지역이라 도심에서 떨어진 곳이지만, 많은 분이 찾아오셔서 우리 직원들과 어울리며 이들에게 힘을 보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