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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탈시설마스!” 크리스마스에 탈시설 장애인과 연대한 시민들(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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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4.12.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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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연대, 크리스마스 맞이 문화제 진행
추운 날씨에도 시민 150여 명 함께 해
탈시설 당사자 “크리스마스, 시혜와 동정의 날”
시민들 “시설은 아니다! 탈시설이 답이다!”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탈시설연대)가 25일 오후 4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서울시 명동성당 앞에서 ‘시설은 아니다! 크리스마스 맞이 탈시설 장애인 이야기마당’을 진행했다.

이날 문화제에서는 탈시설 장애인 당사자, 활동가뿐만 아니라 150여 명의 시민이 함께했다. 탈시설 장애인 당사자들은 자신의 삶을 시민들에게 전하고, 장애인의 가족, 최근 학내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동덕여대 재학생 등 다양한 시민들이 탈시설 권리 보장을 함께 촉구했다.

“크리스마스, 탈시설 장애인들에겐 시혜와 동정의 날”

장애인거주시설에 사는 장애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어떤 날일까. 이정한 탈시설연대 활동가가 대독한 김동림 탈시설연대 공동대표의 발언문을 통해 그 이야기가 전해졌다. 김동림 대표는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22년간 살다가 탈시설했다. 그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농성 투쟁을 벌이며 탈시설 정책의 초석을 마련한 ‘마로니에 8인’ 중 한 명이다.

김 대표는 “시설의 생활인들은 평소에 시설의 밥을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 하지만 시설 생활인들도 기다리는 날이 있다. 바로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으로 보는 날, 크리스마스이다. 시설 생활인들은 12월 25일만 되면 사무실에서 방송으로 ‘오늘은 아침 10시부터 교회에서 방문을 하니 저녁때까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날은 아침 10시부터 1시간 동안 예배를 드리고 방으로 올라가서 쉬려고 하면 다시 내려와 또 1시간 동안 예배를 드려야 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예배를 드리고 저녁 5시부터 7시까지 또 예배가 이어졌다. 우리에게 선택지는 없다. 크리스마스만 되면 여러 교회에서 방문을 한다. 그만큼 계속 기도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지어 선물도 장애인들의 의지대로 받을 수 없다. 우리 몫으로 받은 선물을 시설에서 모두 수거해간다. 그리고 소분하여 하나씩 빼서 간식으로 나누어준다. 하루 종일 기도하고 받은 것은 초코파이 하나가 전부이다. 그것마저 드문 간식이기에 장애인들은 기쁜 듯이 받아먹는다. 이것이 우리들의 크리스마스였다”며 “시설에 있는 동지들도 탈시설하여 성탄절에 남들처럼 즐겁게 웃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수미 탈시설연대 서울지부 공동대표도 자신의 삶을 많은 시민들 앞에서 이야기했다. 올해 61세인 이수미 대표는 4살 때 소아마비로 인해 중증장애인이 됐다. 그는 장애로 인해 집에서 41년, 시설에서 15년을 살아야 했다.

이 대표는 “집에만 갇혀 살다가 40대가 되었다. 어머니도 나이가 드시다 보니 힘들어하셔서 나의 선택으로 시설에 들어갔다. 시설에 15년 살며 어렵게 적응을 했는데 갑자기 시설이 폐쇄를 한다고 했다. 살길이 막막했다. 왜냐하면 다른 시설로는 가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할 수 없이 서울에 있는 단기보호시설로 옮겨왔다. 단기보호시설은 1년, 2년밖에 살지 못한다. 그래서 다시 시설을 가야 되나, 자립을 해야 되나 고민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죽어도 시설에는 다시 들어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립을 결심하게 됐다. 체험홈(장애인 공동생활가정)에 들어가면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리고 1년 만에 자립을 하게 됐다. 일도 하게 됐다. 노들야학도 가게 됐다.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도 가게 됐다. 그리고 활동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집에만 있다 보니 지하철을 잘 타지 못했었다. 근데 열심히 연습을 해서 3년 만에 지하철을 완전히 꿰뚫게 됐다. 지하철 선전전도 자주 나간다”며 “오세훈이 서울시장이 되고 나서 탈시설 권리를 폭력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우리는 그에 맞서 가열 차게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이 대표의 발언에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 시민들 “시설은 아니다! 탈시설이 답이다!”

문화제에 함께한 다양한 시민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자신을 장애인의 형제이자 천주교인이라고 소개한 김민영 씨는 “나의 동생은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다. 동생은 교리 교육 진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교육에서 열외 됐고 모두가 받는 첫영성체(유아 세례를 받은 어린이가 처음으로 하는 예식)를 받지 못했다. 그 후로 우리 가족은 모두 성당에 나가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민영 씨는 “지금 동생은 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있다. 부모님도 언젠가 돌아가실 텐데 그때 어떻게 해야 되는지 걱정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나 된 입장에서 어떻게 동생을 시설에 집어넣을 수 있겠는가. 장애라는 것이 누군가가 잘못해서 생기는 일인가. 그것이 어째서 형제와 가족의 약점이며 부채감이 되어야 하는가. 부모님과 나의 바람은 단 하나이다. 동생이 혼자 무사히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면 지역사회가 그를 일원으로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사람이 자립하여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라며 “시설은 아니다. 탈시설이 답”이라고 외쳤다.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에 재학하고 있는 김서희 씨와 그의 동생 김진희 씨도 발언대에 나섰다. 서희 씨는 “공학 반대 시위를 해보니 탈시설을 위해 몇십 년간 싸워온 분들이 얼마나 울분이 터질지 이제 조금 알겠다. 당사자가 돼보니 알겠다”며 “한강에 떠다니는 한강 버스니, 택시 같은 것들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권리를 먼저 보장하라. 어떻게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함께 하는 삶보다 그런 것들이 우선순위일 수가 있는가. 장애인 탈시설 이제는 달성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희 씨는 “부모님이 일주일만 집 밖에 나가지 말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말고, 친구도 만나지 말라고 하면 얼마나 답답한가. 그런데 장애인은 평생 그래도 된단 말인가. 자유라는 것은 내가 가고 싶은 식당에 가고, 내가 가고 싶은 병원에 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 지금 그런 자유를 위해 윤석열 탄핵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장애인 탈시설 권리는 우리와 관계없는 문제가 아니다. 동료 시민의 자유와 인권의 문제이다. 함께 연대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많은 시민들의 연대에 감화된 듯 말을 이어갔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감동이다. 여러분들이 최대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닌가 싶다. 여러분들이 주는 선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또 포기하지 않고 함께 연대하고 투쟁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문화제는 참여자들 전체가 유명한 외국 캐럴인 ‘Feliz Navidad’(메리크리스마스)를 ‘시설은 아니다’로 개사한 노래를 함께 부르며 마무리됐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7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