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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참여 잇는 징검다리"…제주 장애인 복지의 길로 '한평생'(202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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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5.07.1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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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 되던 해 소아마비 판정…자신만의 나눔 철학 강조
사회복지법인 춘강 키워드 '재활'…'오보수월 기금' 3대째
큰 귀감 공로 인정 수상 잇따라…"적십자 인도주의 구현"

제주를 넘어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 분야에서 거목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가 있다. 어릴 적 얻은 장애를 딛고 장애인을 돌보기 위해 한평생을 바쳤다. 

그렇기에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누구보다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의 자립과 자활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외에도 자신만의 나눔 철학을 갖고 장애인의 복지는 물론 각종 봉사에 매진하며 도내 소외된 이웃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이동한 사회복지법인 춘강 이사장(74)의 이야기다.

△장애 딛고 현장으로

1951년 5남 1녀의 막내로 태어난 이동한 사회복지법인 춘강 이사장은 두 살 되던 해에 두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병증에 걸렸다. 소아마비였다.

이후 열다섯 살이었던 1965년부터 김영조 가톨릭의과대학 명동 성모병원 박사의 집도로 무려 열여섯 번의 수술을 받은 후에야 한쪽 보조기 착용과 목발로 균형을 유지하며 걸음을 걸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재활은 계속돼야 했다. 결국 18세에 병원 문을 나서게 된 이동한 이사장은 특별한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당시 이동한 이사장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제주도 제1호로 계량 기사 자격을 상공부 중앙 계량국으로부터 취득했다.

특히 제주에서 최초로 택시 미터기를 설치함으로써 운수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데도 한몫했다.

그렇게 이동한 이사장은 1968년 '삼성공무사(三盛工務社)'를 설립했다. 다만 근로법상 연령 기준 미달로 어머니 이름으로 설립한 이후 1975년 자신의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오늘날 '춘강'을 이룬 재정적 기반이 된 것이다.

이 외에도 제주도 조경 전문건설업 제1호인 '청원녹화조경공사'를 1983년 설립하면서 제주국제공항 조경공사를 수주받는 등 장애를 딛고 현장에 몸을 던졌다.

△장애인 복지 위한 첫걸음

이동한 이사장은 중증 장애 2급이다. 그렇게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곧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선이기도 하다.

앞서 이동한 이사장은 의사가 돼 자신과 같은 장애인을 치료해 주는 것이 꿈이었다.

당시 대학입시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었기 때문에 전국 장애인 대표들이 모이게 되자 이동한 이사장은 제주지역 대표로 참여하게 됐다. 

장애인 복지를 위한 첫걸음이다.

이어 장애인들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돕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1983년 제주시 지체장애자복지회를 설립했다.

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을 맞아 장애인올림픽을 준비하게 되면서 정부는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장애인종합복지관 설립을 추진했고 

맹인, 농아, 지체 세 단체에서 공동으로 이동한 이사장을 추천했다. 그렇게 사회복지법인 춘강이 탄생하게 됐다.

현재 도내 장애인 복지의 주춧돌로 자리잡고 있는 춘강의 핵심 키워드는 '재활'이다. 장애인에게 '재활의 꿈을 꾸게 하자'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실패도 잇따랐다. 사회의 인식과 관념의 벽 등의 선입견을 뛰어넘어야 했기에 이동한 이사장은 팔을 다시 걷어붙였다.

실제 이동한 이사장은 근로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제'를 실시해 일하는 장애인들이 자기 삶의 목표를 세우도록 하는 직접적인 계기를 만들었다.

또한 재활의원인 '춘강 의원' 개설도 이뤄졌다. 도내 장애인 재활 치료를 할 수 있는 곳이 전무한 상황에서 의료재활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장애인 복지를 한층 끌어올려야 하겠다는 오랜 염원이다.

이에 이동한 이사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장애인 복지 실현'이라 생각한다.

△어머니 영향

이 모든 과정에서 이동한 이사장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다. 이동한 이사장의 어머니인 고 오태인 여사는 늘 "약한 자의 이웃이 돼야 한다"고 가르쳤다고 한다.

특히 이동한 이사장과 적십자사의 인연 역시 1964년부터 시작한 고 오태인 여사의 적십자사 봉사활동을 보고 자란 덕이다.

이후 고 오태인 여사의 뜻을 기리고자 이동한 이사장은 1991년 12월 3일 제주적십자사에 1억원을 기부했다. 도내 다양한 계층에게 희망을 전하는 '오보수월 기금'의 시작인 셈이다. '오보수월'은 고 오태인 여사의 법명 '보수월(寶水月)'을 따온 것이다.

이를 통해 학업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교복과 장학금 전달은 물론 명절이 다가오면 취약계층 제수용품 지원, 김장 김치 전달, 사랑의 집 지어주기, 위문 행사, 경로잔치 등 다방면으로 운용되고 있다.

현재 '오보수월 기금'은 메이즈랜드 경영을 총괄하는 아들 이종헌씨까지 3대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이동한 이사장의 장애인 복지를 위한 활동은 주변에 큰 귀감이 되고 있다. 도내 유일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춘강 장애인 근로자센터 설립과 중증장애인 기숙사 '자비관' 신축, 춘강 의원 개원, 순회 진료사업 등에 주목해 2008년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적십자 박애장 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2014년에는 적십자회원 유공장 명예장이 수여됐으며 2019년에는 적십자회원 유공장 최고 명예장을 받았다. 2013년부터 적십자사 기부를 시작으로 2023년 3월 15일에는 제주 46호로 'RCHC'에 가입했다.

이와 함께 이동한 이사장은 국내·외 인권 발전에 30여년에 걸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호암재단이 시상하는 호암상 사회봉사상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부상으로 받았던 3억원 상당의 상금도 전액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했다.

이 밖에도 2010년에는 노벨재단 특별상, 2021년에는 전문사회복지법인으로는 전국 최초로 사회복지법인춘강이 

대한민국 사회공헌 대상 사회봉사부문상 영예를 안았다.

이동한 이사장은 "어머니는 생전에 불우한 이웃을 위해 더 큰 힘이 돼 주지 못한 것을 늘 안타까워했다"며 

"어머니 뜻을 기리기 위한 적십자 인도주의 정신 구현은 자식의 도리"라고 말했다. 양경익 기자

※ 이 기사는 제주적십자사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출처 : 제민일보(https://www.jemin.com)